
어린 아이들을 살려라!
설원 위 개들의 질주
(The Great Race of Mercy)

네, 정말로 그 뜻이 변하지 않도록 제대로 번역하기가 어려운 제목입니다. 오늘은 디프테리아를 치료하기 위하여 97년 전에 알래스카에서 일어났던 특별한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이 하필이면 1925년의 이때쯤입니다.
사진 출처: Dog team at Seventh All Alaska Sweepstakes, Nome, April 13, 1914. Library of Congress.
1925년 1월 22일 알래스카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놈(Nome)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마추어 무선사의 다급한 타전이 워싱턴으로 날아듭니다. 1924년 12월부터 어린이들 사이에 편도선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925년 1월 중순이 되면서 디프테리아로 확진되어 사망하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급기야 그 마을에 유일한 의사인 커티스 웰치 박사는 시의회를 소집하고 격리시설을 마련하며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놈이라는 마을은 한 때는 금광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금의 산출이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떠난 곳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마을은 알래스카의 철도와는 거리가 멀었고, 때는 한 겨울의 눈 덮인 알래스카인 만큼 1,000 km를 이동할 방법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웰치 박사가 급히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이미 20명의 환자가 디프테리아로 진단되었고, 50여명의 어린이들이 비슷한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웰치 박사는 디프테리아 백신(항체가 들어있는 혈청)을 미리 요청하여 둔 상태였으나, 이미 항구가 얼어버려 더 이상의 백신을 받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경우를 어떻게 헤쳐 나아갔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시지요.
1925년에는 어느 정도 비행 기술이 발전되어 있었지만, 수랭식 엔진에 열린 조종실의 복엽기(biplane)가 날던 시절에 한 겨울의 알래스카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일이 당시로서는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나 봅니다. 보건 당국은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백신을 시애틀에서 얼지 않는 항구인 앵커리지로 보내고, 놈으로 가는 최단 거리로 철도가 닿는 곳(Nenana)까지는 기차로 가기로,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개들이 끄는 썰매를 이용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기차로 도착한 백신은 놈까지 1,085 km의 먼 길을 썰매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들이 거쳐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였을지 상상을 해 본다면 이들의 노력에 크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간단히 이들의 험로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medium.com/the-mission/how-the-great-race-for-mercy-became-the-iditarod-74d95400e4b0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127시간을 밤낮없이 달리기 위하여 20팀의 썰매를 끄는 150여 마리의 허스키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얼어버린 베링해를 건너고 험한 맥킨리 산을 넘었는데, 이때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였고,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65도나 되었기에, 여러 마리가 희생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이 달린 길은 원래 놈까지 우편물을 전하던 길이기는 하였지만, 그 추운 시기에 밤낮없이 달려야 했던 것은 오직 어린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고, 평상시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달릴 이유는 없었겠지요.
다행히 놈에서의 디프테리아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썰매를 이끌던 대장격인 발토와 토고라는 두 마리의 허스키가 영웅이 되었고, 그중에 발토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그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발토는 당시 세 살이었습니다. 2011년에는 영화로 기록되기도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5cpLyErs5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