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생성도 비대면으로!
B 세포와 T 세포의 비대면 협력!
B 세포와 T 세포라는 어려운 개념을 잘 이해하셨겠지요? B 세포는 포병으로 항체라는 포탄을 혈류를 통하여 전신으로 쏘아댑니다. T 세포는 백병전을 벌이는 보병으로 문제가 되는 우리 몸의 전선으로 직접 달려가 침입자들을 몰아내는 군대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British Library on Unsplash
제너는 그만 두더라도 파스퇴르나 코호의 시대에는 면역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습니다. 파스퇴르는 면역된 동물의 혈청이 병균들을 응집시킨다는 현상을 발견했었고, 코호의 경우에는 우여곡절을 거쳐 그의 제자가 면역된 동물의 면역세포를 면역되지 아니한 동물에 주입해 주었더니 면역력이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렇게 파스퇴르의 연구실에서는 B세포에 관련된 연구 방향이 정립되는 한편 코호의 연구실에서는 T 세포에 관련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우리들이 B 세포나 T 세포를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릅니다. 1950년대에 들어서서 면역 세포에 관한 사실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1960년대 말에 이르러 비로소 B 세포나 T 세포를 구분하여 연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까지도 전자현미경으로도 두 세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두 세포를 연구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여기서 한 가지 설명을 드리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B 세포를 발견한 것은 닭에서부터였습니다. 닭의 항문 근처에 존재하는 점액낭(粘液囊; Bursa)에서 항체를 내는 세포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 기관의 머릿글자를 따서 B 세포라고 이름지었다는 점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포유류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기관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찾고 또 찾아본 결과 포유류에서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골수(骨髓; Bone Marrow)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포유류에서 항체를 만드는 기관이 골수였기 때문에 이 역시 B 세포로 불리게 됩니다.
1970년대 초에 생쥐에게 항원을 주사해 주고 항체가 형성되는 정도를 측정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생쥐에 항원을 주사하였다면 당연히 항체가 생겼겠지요? 그런데, 이 실험에서는 항원을 주사한 다음 B 세포와 T 세포를 따로 분리하여 시험관에서 두 세포를 배양하였습니다. 실험은 완벽하게 진행되었습니다만 그 어디에서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세포를 섞어서 배양한 시험관에서는 항체가 생성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B 세포와 T 세포가 서로 협력해야 비로소 항체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체를 만드는 세포는 B 세포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B 세포가 항원을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항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동일한 항원을 인식한 T 세포의 도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런 실험을 했던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B 세로와 T 세포는 직접 부딪쳐야 하는가, 아니면 직접 접촉을 하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협력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비슷한 실험 한 가지를 더 해봅니다. 유(U)자형 시험관을 만들고 그 중간에 필터로 막아 놓았습니다. 이 필터는 액체 성분들은 통과할 수 있지만, 세포들은 통과할 수 없는 그런 막입니다. 다시 말해서 B 세포와 T 세포는 직접 접촉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B 세포와 T 세포가 굳이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B 세포가 항체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원에 자극을 받은 T 세포가 어떤 물질을 만들어 밖으로 내보내고 있고, 바로 그 물질이 B 세포의 활성화에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T 세포 만이 아니라 면역세포들은 다양한 종류의 면역 조절 물질을 생성하여 서로 간에 통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후로 이러한 면역 조절 물질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발견되었고,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하여 싸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그대로 해석해도 “세포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면역 조절 물질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분비되어야 하고, 과다분비되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국민을 해치는 군대의 공격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면역 반응은 적당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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