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항체 시리즈 3: 항체의 종류
항체가 두 개의 H 사슬과 두 개의 L 사슬로 이루어졌다고 말씀드리면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될 때에는 분자의 무게로 밖에 구분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항체를 연구하던 면역학자들은 어느 날 매우 커다란 항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항체를 감마글로블린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앞에서 설명하였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커다란 항체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 몹시 당황한 면역학자들은 우선 항체가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여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연구되고 있던 항체를 감마글로블린이라고 불렀으니, 우선 당장은 거대한 항체를 마크로글로블린(macroglobulin), 즉 거대한 글로블린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학계에는 새로운 항체가 또 발견됩니다. 혈액 이외의 체액에서도 항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 항체는 감마글로블린과는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글로블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면역학계는 독특한 관행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무엇인가 새로운 분야가 열리게 되면, 저명한 원로학자들이 모여서 어떤 규칙을 만들어 왔습니다. 항체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들이 모두 감마글로블린은 아니었기 때문에 항체의 이름을 면역글로블린(Immunoglobulin, 약칭 Ig)이라고 부르기로 하였고, 새롭게 발견된 항체들을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한 머리글자를 따서 이들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즉, 감마글로블린은 IgG라고 부르고, 마크로글로블린은 IgM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 뒤에 발견된 항체는 세세하게 구분한 글로블린 분획의 이름으로부터 IgA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면역학계의 묘한 관행 중의 하나는 어떤 무리에 여러 개의 객체가 존재하면, 이들을 숫자나 영어의 알파벳을 순서대로 붙이는 것입니다. 세 가지 항체가 발견되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종류의 항체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지 않습니까? 그래서 알파벳 순서대로 한다면, 다음에 발견될 항체들은, (네 번째부터니까) IgD, IgE, IgF, (IgG는 이미 존재하니까 빼고) IgH, ...... 이렇게 하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내 1950년대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두 가지의 항체가 196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항체로서 IgD와 IgE의 이름을 차지하게 됩니다.
https://www.news-medical.net/life-sciences/Types-of-Antibodies.aspx, http://www.diazyme.com/covid-19-antibody-tests
그런데,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의 비밀을 인간들이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항체의 존재를 유전자에서 찾아본 결과, 사람의 경우에는 항체가 다섯 종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IgF와 그 뒤의 이름은 영원히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는 IgM은 팔(항원결합부위)이 10개나 되는, 우리가 앞에서 살펴 본 IgG와 같은 항체가 다섯 개가 하나로 묶여서, 거대한 항체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IgM은 신기하게도 B 세포의 표면에도 존재하는데, 이때에는 다섯 개가 묶인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항체 분자 상태로 마치 심어 놓은 나무처럼 서 있다가, 정확하게 인지하는 항원을 만나면 항원과 결합하면서 B 세포를 활성화 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B 세포의 표면에는 오직 한 가지 항원만을 인지하는 한 종류의 IgM이 대략 10만 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항원을 인지한 B 세포는 수많은 세포분열과 분화과정을 통하여 동일한 항체를 다량으로 만들게 되는데,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항체의 종류가 바뀌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활성화된 항체의 어떤 클론들은 IgG를 만들고, 또 다른 클론들은 IgM이나 IgA, IgE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동일한 항원을 인지하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선 항체가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까지만 설명 드립니다. 항체들의 종류에 따라 다른 기능을 다음에 이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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