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항체 시리즈 6: 항체의 종류 (4)IgD : 면역글로불린 D 오늘은 다섯 가지 항체 중에 마지막으로 IgD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950년대 분자생물학의 놀라운 발전은 1980년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생체 분자들의 유전자를 쉽게 해석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1980년 9월 첫 주의 “Science”에는 항체 유전자에 대한 특집 논문들이 실렸습니다. 이시자카 박사가 새로운 항체로 IgE를 발견하고 뭐라고 이름을 지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섯 번째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IgE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IgD는 네 번째로 발견된 항체입니다. 그런데, IgD를 항체라고 부르기에는 여러 가지로 미심쩍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골수암 환자의 혈액 중에 이상한 항체가 다량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고 IgD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뿐 정상적인 사람들의 혈액 내에서는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로 존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기능이나 특성에 대하여 별로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IgM이 B 세포의 표면에 단량체(單量體, monomer)로 존재하면서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항원수용체 작용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항체의 유전자에 대해서 따로 설명할 것입니다만, IgM을 비롯하여 다른 항체들의 유전자 구성을 보면 일정한 규칙성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IgM H 사슬 유전자의 바로 뒤에 존재하고 있는 IgD의 H 사슬 유전자를 살펴보면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사람의 L 사슬 유전자나 다른 종류의 동물들의 항체 유전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만, 무엇인지 부족한 부분을 가진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유전자의 상태가 진화하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퇴화하고 있는 중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IgM을 항원수용체로 가진 B 세포들 중에는 동일한 항원을 인지하는 IgD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부의 B 세포에는 똑같은 항원특이성을 가지는 IgM과 IgD가 동시에 발현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들 B 세포들이 항원에 의해서 활성화되어 항체를 분비할 때에는 병적인 상태를 제외하고는 IgD를 분비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IgD는 B 세포의 항원수용체 이상의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림 1) 다섯 가지의 항체의 종류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H 사슬의 특성에 따라 항원을 인지한 후의 기능이 서로 달라지게 됩니다. IgM은 B 세포의 표면에서 항원의 조기 인식을 주도하며 혈중에 분비되면 항원과 결합하여 이들을 제거하고, 보체(보체, Complement;, 뒤에 설명하겠습니다)를 활성화 하는 특성, 그리고 항원과 결합한 상태로 다른 면역세포들로 하여금 자기가 잡고 있는 항원을 처리하도록 유도합니다. IgG는 혈액에 녹아있는 항체중에 가장 많은 성분으로 항원의 침입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항체로, 1차 면역 반응을 기억하여 항원이 재차 침투하는 경우 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IgA는 혈액 이외의 부뷔로 분비되는 항체이기 때문에 타액, 땀, 소화액, 모유, 정액 등에 포함되어 혈액 이외의 부위에 존재하는 항원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IgE는 아주 작은 양으로 존재하면서도 강력한 제1형 과민 반응, 즉 앨러지를 일으키는 항체입니다. 다음 그림은 전에도 한 번 보여드린 그림입니디만, 다섯 가지 항체의 구조와 기능을 한 번 더 살펴보시라고 올려 봅니다. (그림 2) 우리는 다음 시간부터 항체의 진화에 대하여 알아보오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항체 시리즈 5: 항체의 종류 (3)IgA : 면역글로불린 AIgE : 면역글로불린 E 이번에는 IgA와 IgE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IgG는 혈액을 타고 흐르는 다섯 가지 항체 가운데 그 양이 가장 많은 까닭에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대부분의 항체에 대한 초기의 지식은 IgG로 이루어졌습니다. IgM은 IgG와 같은 분자가 다섯 개가 J 사슬로 이어저 팔이 10 개나 되는 항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IgA는 IgG와 같이 생긴 분자가 어떤 때에는 두 개가, 그리고 또 어떤 때에는 세 개, 심지어는 네 개가 뭉쳐서 돌아다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두 개가 묶여서 움직이는데, 여기에도 J 사슬이 이들을 묶어 주고 있습니다. 두 개의 항체 분자가 J 사슬(joining chain)로 묶인 채로 움직인다는 것 이외에도 IgA는 다른 항체가 가지지 않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S 성분(secretory component)을 가지고 있어 혈류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IgA는 S 성분 덕분에 혈관벽을 이루고 있는 내피 세포(endothelial cell)를 통과하여 분비되는 항체입니다. S 성분 덕에 분비된 IgA(sIgA)는 소화액이나 미생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됩니다. 2007년에 발표된 캐나다의 논문(Macpherson and Slack, Curr. Opin. Gastroenterol. 2007, Nov;23(6):673-8)에 의하면, IgA는 장의 점막 면역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루에 생성되는 IgA의 양은 3~5 그람에 이르며, 이는 우리 몸이 만들어 내는 항체 총량의 15%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IgA는 침, 땀, 눈물, 초유에는 물론이고, 위장관, 비뇨생식기관 및 호흡기관의 점막으로 분비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IgA가 중합체를 이루고 분비물에 들어있는 이유와 그들이 작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IgE는 다섯 번째로 발견된 항체이기 때문에 알파벳의 다섯 번째인 “E”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항체입니다. 키미시게 이시자카(石坂 公成; 1925-2018)라는 일본인 학자가 1950년 대에 앨러지(Allergy; 흔히들 ‘알레르기’라고 하는데 이것은 일본식 발음입니다. 오래 전에는 에너지도 ‘에네르기’라고 일본식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앨러지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를 연구하던 중에, 1966년에 이르러 앨러지를 일으키는 항체가 우리가 알고 있던 IgG가 아니라 그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항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일본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미국의 면역학회장을 지내기도 한 사람이며, 그는 부인과 함께 거의 평생을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하였습니다. IgE는 당연히 항원을 인지하는 B 세포가 만듭니다. 그런데, 분비된 IgE는 비만세포(肥滿細胞; Mast cell)나 호염구(好鹽球; basophils)라고 불리는 세포들의 표면에 붙어 있다가, 앨러지를 일으키는 항원을 만나면 세포 내부에 가지고 있던 염증 유발 물질들을 분비하여 주변에 심하게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합니다. 오래 전에 설명했지만, 앨러지라는 것은 보통 사람들은 항원의 양이 많지 않으면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데, 앨러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작은 양의 항원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작용 합니다. 앨러지를 일으키는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앨러지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생 고생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언젠가는 앨러지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IgD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량체(二量體)인 IgA의 구조H 사슬; 2. L 사슬; 3. J 사슬; 4. S 성분 앨러지를 일으키는 염증 유발 물질은 B 세포가 만든 IgE를 표면에 가지고 있는 비만세포(또는 호염구라고 하는 백혈구)가 앨러지 유발 물질과 결합하면 세포 내부의 염증 유발 물질을 세포 밖으로 분비하여 앨러지가 일어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항체 시리즈 4: 항체의 종류 (2)IgM : 면역글로불린 MIgG : 면역글로불린 G IgM은 B 세포의 표면에 박혀 있으면서 항원을 만나 결합하면 그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합니다. 그 때까지 조용히 지내던 B 세포의 내부에서는 핵산의 복제가 시작되고, 단백질의 합성이 왕성해지면서, 조그맣던 세포는 갑자기 커지게 됩니다. 이 때 T 세포가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요 없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T 세포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 도움으로 인하여 B 세포는 세포 분열을 시작하여 많은 수로 늘어나면서, 항체를 만들어 세포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 항체들은 모두 동일한 항원과 작용하는 특이성(특이성; specificity)을 가지고 있으며, 분열 증식한 세포들은 한 가지 종류의 항체를 만듭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세포는 그대로 IgM을 만들고, 또 어떤 세포는 IgG를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강조하지만, 항체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항원에 대한 특이성은 변하지 않고 동일합니다. IgM은 B 세포 표면에 존재할 때에는 하나의 분자로 작용하지만,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혈류를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닐 때에는 J사슬에 의하여 다섯 개의 분자가 하나로 묶이어 활동하게 됩니다.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팔은 무려 열 개나 되지요. 따라서 우리 몸에 침입자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닌다면, 팔이 열 개나 되는 IgM에 의하여 쉽게 포착될 수 있겠지요. 항원과 결합하여 덩어리를 만들게 되는데, 그러한 상태는 대식세포가 금방 알아채고 이들을 세포 안으로 잡아먹게 됩니다. 침입자가 많지 않으면, 대식세포가 잡아먹는 것으로 상황은 종결됩니다. 그러나 침입자가 많아 미처 처리하기가 어려워지면, 대식세포의 내부에서는 항원을 조각내어 세포 표면에 전시하므로써 B 세포나 T 세포에게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하나씩 돌아다니는 항원은 B 세포나 T 세포가 보기에는 미미한 양이기 때문에 무시하게 되지만, 대식세포가 자기 표면에 여러 개의 항원 조각을 달고 있으면, B 세포나 T 세포는 면역 반응을 보여야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어 활동을 개시하는 것이지요. IgG는 다섯 가지 항체 가운데 그 양이 가장 많기 때문에 초기 연구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강한 활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정한 병원균 X가 난생 처음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면 항체가 혈류에 나타나는 것은 대략 일주일이 걸립니다. 맨 처음으로 나타나는 항체는 IgM이고 바로 뒤를 이어 IgG가 나타납니다. 항체에 의하여 항원이 사라지면, 혈액 속의 항체들도 줄어듭니다. 항체도 수명(정확히는 반감기; half-life)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1차 면역반응(primary immune response)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실제로 면역반응의 양상은 침입하는 병균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동일한 병원균 X가 다시 침입을 하면, IgM은 1차 면역반응에서와 별 차이가 없는 반응을 보이지만, IgG는 훨씬 강력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을 2차 면역반응(secondary immune response)이라고 부릅니다. 2차 면역반응은 1차 면역반응에 비하여 빠르고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것은 면역 기억(Immunologic Memory)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것은 인위적으로 1차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면역 기억을 생성하는 일이지요. 병원균에 따라 백신의 효과가 평생가기도 하지만, 어떤 병원균에 대한 면역 기억은 오래 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에는 IgA와 IgE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림https://www.biotechfront.com/2021/06/igm-properties-structure-and-its.html https://microbiologynotes.com/differences-between-primary-and-secondary-immune-response/
그것이 알고싶다항체 시리즈 3: 항체의 종류항체가 두 개의 H 사슬과 두 개의 L 사슬로 이루어졌다고 말씀드리면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될 때에는 분자의 무게로 밖에 구분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항체를 연구하던 면역학자들은 어느 날 매우 커다란 항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항체를 감마글로블린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앞에서 설명하였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커다란 항체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 몹시 당황한 면역학자들은 우선 항체가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여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연구되고 있던 항체를 감마글로블린이라고 불렀으니, 우선 당장은 거대한 항체를 마크로글로블린(macroglobulin), 즉 거대한 글로블린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학계에는 새로운 항체가 또 발견됩니다. 혈액 이외의 체액에서도 항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 항체는 감마글로블린과는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글로블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면역학계는 독특한 관행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무엇인가 새로운 분야가 열리게 되면, 저명한 원로학자들이 모여서 어떤 규칙을 만들어 왔습니다. 항체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들이 모두 감마글로블린은 아니었기 때문에 항체의 이름을 면역글로블린(Immunoglobulin, 약칭 Ig)이라고 부르기로 하였고, 새롭게 발견된 항체들을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한 머리글자를 따서 이들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즉, 감마글로블린은 IgG라고 부르고, 마크로글로블린은 IgM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 뒤에 발견된 항체는 세세하게 구분한 글로블린 분획의 이름으로부터 IgA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면역학계의 묘한 관행 중의 하나는 어떤 무리에 여러 개의 객체가 존재하면, 이들을 숫자나 영어의 알파벳을 순서대로 붙이는 것입니다. 세 가지 항체가 발견되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종류의 항체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지 않습니까? 그래서 알파벳 순서대로 한다면, 다음에 발견될 항체들은, (네 번째부터니까) IgD, IgE, IgF, (IgG는 이미 존재하니까 빼고) IgH, ...... 이렇게 하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내 1950년대 말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두 가지의 항체가 196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항체로서 IgD와 IgE의 이름을 차지하게 됩니다. https://www.news-medical.net/life-sciences/Types-of-Antibodies.aspx, http://www.diazyme.com/covid-19-antibody-tests 그런데,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의 비밀을 인간들이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항체의 존재를 유전자에서 찾아본 결과, 사람의 경우에는 항체가 다섯 종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IgF와 그 뒤의 이름은 영원히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는 IgM은 팔(항원결합부위)이 10개나 되는, 우리가 앞에서 살펴 본 IgG와 같은 항체가 다섯 개가 하나로 묶여서, 거대한 항체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IgM은 신기하게도 B 세포의 표면에도 존재하는데, 이때에는 다섯 개가 묶인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항체 분자 상태로 마치 심어 놓은 나무처럼 서 있다가, 정확하게 인지하는 항원을 만나면 항원과 결합하면서 B 세포를 활성화 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B 세포의 표면에는 오직 한 가지 항원만을 인지하는 한 종류의 IgM이 대략 10만 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항원을 인지한 B 세포는 수많은 세포분열과 분화과정을 통하여 동일한 항체를 다량으로 만들게 되는데,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항체의 종류가 바뀌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활성화된 항체의 어떤 클론들은 IgG를 만들고, 또 다른 클론들은 IgM이나 IgA, IgE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동일한 항원을 인지하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선 항체가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까지만 설명 드립니다. 항체들의 종류에 따라 다른 기능을 다음에 이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항체 시리즈 2: 항체의 작용면역이 이루어진 동물의 혈청 속에서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항체라는 단백질을 발견한 면역학자들은 항체에 의하여 병원성 미생물들이나 이들이 만들어 내는 독과 같은 물질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생물에 의한 질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코로나-19의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혈액에 이 바이러스를 인지하여 물리칠 수 있는 항체를 주사하면 당연히 이 바이러스들은 꽁꽁 묶이어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20세기 초까지 수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 간 디프테리아는 이 세균이 분비하는 독성물질(毒, toxin) 때문인데, 이 독을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열처리 등을 통하여 약독화(弱毒化, attenuation)시킨 다음 동물에 주사하면 이 독에 대하여 작용하는 항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항체를 환자의 혈액에 주사하면 항체가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독과 결합하여 더 이상 독성을 나타낼 수 없도록 묶어 놓습니다. 이렇게 항원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지난 시간에 설명 드렸듯이 항체에는 동일한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팔이 두 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항원을 묶어 놓는 현상을 응집반응(凝集反應, agglutination 또는 aggregation)이라고 합니다. 항체의 항원결합부위는 “Y”의 양팔의 끝부분이며, 왼손과 오른손처럼 좌우 대칭이 아니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동일한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는 것입니다. 팔이 두 개이므로 항체가 여럿이 모이면 응집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구요.혈액형 검사는 모두 다 해보셨겠지요? 현미경 관찰할 때 사용하는 슬라이드 글라스에 생리적 식염수를 한 두 방울 떨어뜨리고, 여기에 귓불이나 손가락 끝에서 한 두 방울의 피를 채취하여 섞어 준 다음, 토끼에서 얻은 사람의 A형 적혈구를 인지하는 항체와 B형 적혈구를 인지하는 항체를 잘 섞어 주고 조금만 기다리면, 혈액형을 인지하는 항체들이 적혈구를 응집시키기 시작합니다. 혈액형 검사에서 일어나는 응집반응을 특별히 혈구응집반응(Hemagglutin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항체는 이처럼 항원에 작용하여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만 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마다 우리 몸의 특정한 부위에만 감염하고 있습니다. 감기 바이러스, 또는 이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에 감염하고, 뇌염 바이러스는 뇌에, 그리고 간염 바이러스는 간에 감염하지요.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한 분자와 결합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우리는 바이러스의 수용체(受容體, receptor)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수용체들도 바이러스마다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열쇠와 자물쇠처럼 정확한 경우에만 결합한다는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 수용체를 인지하여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항체가 바이러스보다 먼저 이 수용체와 결합을 한다면, 바이러스는 그 세포로 들어갈 수가 없게 되겠지요. 오래 전에 캐나다에서 개발된 감기 예방약은 감기 바이러스가 결합할 수용체를 미리 막아버리기 위하여 코에다 뿌려 주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결합할 수용체를 발견할 수 없는 바이러스들은 어떻게 될까요? 특히 변종(變種, variant)이 많이 존재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에는 이와 같은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요. 항체 한 분자에는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팔이 두 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면역학자들은 팔이 10 개나 되는 항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항체 시리즈 1 – 면역글로블린 G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드는 세포는 B 세포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제너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파스퇴르나 코호의 시대에도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현상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체라는 존재가 알려지고 그 자세한 구조가 확인되는 데에는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면역이 생긴 동물의 혈청에는 항원(抗原, Antigen; 병원성 미생물이나 이들이 만들어 내는 독과 같은 물질들)에 결합하는 단백질(蛋白質, protein)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찍부터 알고 있어 응집반응 등의 현상을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 단백질을 분리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혈청 단백질은 알부민(앨뷰민, albumin)과 글로블린(글로뷸린, globulin)으로 대별할 수 있고, 글로블린은 다시 알파, 베타, 그리고 감마(개머) 글로블린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항체는 다른 여러 가지 단백질들과 함께 감마 글로블린 그룹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교과서에서 항체를 항체라고 하지 않고 그저 감마 글로블린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항체는 한 종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을 구분하기 위하여 새로운 체계의 이름을 부여하여 다섯 가지의 항체를 구분하게 됩니다만, 오늘은 아주 간단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IgG(Immunoglobulin G)에 대해서만 설명하겠습니다. IgG는 우리들의 혈청 속에 가장 농도가 높기 때문에 초기의 항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부 IgG로 하게 되었지요. 초기에 항체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생화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항체를 연구하던 방법을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라서, 연구 결과만을 설명하겠습니다. 항체는 두 가닥의 H 사슬과 두 가닥의 L 사슬로 이루어졌습니다. H는 Heavy라는 뜻이고 L은 Light라는 뜻입니다. 한 분자의 항체는 두 개의 H와 두 개의 L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Ab= 2H + 2L). 그리고 우리는 그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Y”자의 모양으로 설명합니다. (그림 1. 항체의 기본적인 구조) 사실은 긴 사슬과 짧은 사슬이라고 해야 옳았지만, 이들을 연구하던 시절의 분자를 구별하는 방법은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 구분하다보니, 밑으로 더 내려가는 분자는 무거운 것이고, 덜 내려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짓게 되었고, 이제는 관례가 되어 그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긴 사슬(long chain)이나 장쇄(長鎖), 그리고 짧은 사슬(short chain)이나 단쇄(短鎖)라고 하고는 있습니다만, 저는 그냥 H 사슬과 L 사슬로 부르겠습니다. 그림에서 보시면 한 분자의 항체는 항원을 인식하는 부위가 두 군데 존재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마치 양쪽이 대칭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슬들이 꼬여 있기 때문에, 항원을 인식하는 두 부분은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이 아니라 왼쪽이나 오른쪽 손이 두 개가 존재하는 것이어서 동일한 항원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림 2. 항체의 삼차원적 구조) 하나의 항체는 항원을 인지하는 동일한 손을 두 개 가지고 있습니다. 왜 한 분자의 항체에 두 군데의 항원결합이 존재해야 하는지는 다음에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임파 세포들의 활성화 및 최종 분화우리는 이제 피 말고도 임파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모든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을 지키는 백혈구 중의 임파세포, 즉 B 세포와 T 세포는 이들이 그 기능을 획득하는 최종 기관의 이름에서 유래 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B 세포는 조류의 점액낭(粘液囊; Bursa)이나 포유류의 골수(骨髓; Bone Marrow)에서 항체를 만드는 기능을 부여 받고 있고, T 세포는 조류나 포유류에 상관없이 모두 흉선(胸線, 가슴샘; Thymus)에서 면역세포로 완성됩니다. (좌) 임파절 / (우) 비장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면역세포로의 분화(分化; Differentiation)가 끝난 백혈구들은 우리 몸을 돌면서 외부의 침입자들을 살피게 됩니다. 그리고 B 세포의 경우에는 임파절(Lymph Nodes, 흔히들 “임파선”이라고도 부릅니다만, 저는 “임파절”로 쓰겠습니다)을, 그리고 T 세포의 경우에는 비장(脾臟, 지라; Spleen)을 베이스캠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을 순환하는 세포들이니 당연히 임파절에도 T 세포가, 그리고 비장에도 B 세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임파액이 조직을 돌면서 여기에 들어있는 병원성 미생물을 발견하면, 검문소를 통과하는 도중 이를 인지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만나면 이 세포를 바로 활성화 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B 세포나 T 세포들은 병원성 미생물들(抗原; Antigen)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치 동면상태(冬眠狀態)에 들어 있는 것처럼 세포는 별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항원을 인지하면 바로 세포질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핵산과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면서 세포 분열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활성화(Activation)”라고 부릅니다.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백혈구는 그 수가 극히 적습니다만, 활성화를 통해 세포 분열이 계속해서 일어나면, 그 수는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활성화된 세포들은 면역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최종 분화를 시작합니다. B 세포는 최종 분화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인지한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들어 혈액으로 뿌리고, 이 항체들은 혈액을 타고 돌면서 병원성 미생물들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B 세포나 T 세포는 각각 한 가지의 항원밖에 인지하지 못합니다. 항원을 인지하여 세포 분열을 통해 늘어나는 세포들은 처음에 활성화된 세포와 모든 특성이 동일합니다. 이러한 세포 집단을 우리는 “클론(clone)”이라고 부릅니다. 복제인간은 당연히 클론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항원들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 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수 억 개의 백혈구들이 존재해야 하겠지요? 시골 마을에서 늑대가 나오고 호랑이가 나오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몽둥이나 낫을 들고 이들과 대항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항원을 만나지 않으면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수 억 개 이상의 백혈구를 군대로 두는 편이 나을까요, 아니면 시골 동네 사람들처럼 항원이 나타나면 숫자는 적지만 모두가 나아가 싸우는 편이 나을까요? 그렇습니다. 전문화된 병사들의 힘은 정교하고 막강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의 숫자에 비하면 특성화된 병사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잘 사는 나라에서 그 정도의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진화과정을 통하여 매우 정교하고 강한 군대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심혈관계 - Cardiovascular System지난번까지 임파계(Lymphatic System)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혈관계와 임파계를 합쳐서 순환계라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실제로 학계에서는 심혈관계라는 말 속에 임파계를 포함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순환계라는 말 보다는 심혈관계라는 말을 더 많이 듣고 계실 텐데,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는 것만 말씀드립니다. 심장을 떠난 혈액이 우리 몸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혈액은 어떤 힘으로 우리 몸의 혈관을 타고 순환하는 걸까요? 심장을 떠난 혈액은 폐동맥으로 나가는 경우에는 폐로만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대동맥으로 나가는 경우에도 머리로만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새끼발가락까지 다녀오기도 하겠지요? 이러한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일률적으로 온 몸을 도는 시간을 말할 수 있을까요? 사진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심장은 자기의 주먹만 한 기관입니다. 아마도 심장의 크기는 성인이라면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심장이 한 번 수축으로 뿜어내는 혈액의 양은 흔히 70 ml라고 합니다. 성인이 가지고 있는 전체 혈액의 양은 체중 65kg인 성인인 경우 대략 5 리터 정도입니다. 맥박 수는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정상인의 경우 심장은 넓게 잡아 1분 동안에 규칙적으로 60 ~ 100회의 박동(bpm; beats per minute)을 하고 있습니다. 더 좁게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범위의 박동은 정상인의 경우 전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아니합니다. 제 선친께서는 52 bpm으로 사셨는데, 제 자신은 처음으로 맥박에 대하여 배우던 중학생 시절부터 96bpm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혈액이 온 몸을 순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계산은 결국 심장이 전체 혈액의 양인 5리터를 뿜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밖에 계산할 수 없습니다. 심장 박동이 100bpm인 경우에는 42.8초가 걸리며, 60bpm인 경우에는 71.4초가 걸리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마취된 개구리의 물갈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가느다란 모세 혈관으로 적혈구들이 매우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혈관 벽에 우당탕퉁탕 부딪히며 굴러갑니다. 혈액은 심장이 밀어내는 힘(혈압)으로 동맥을 타고 나옵니다만, 모세 혈관을 타는 동안의 혈압은 그리 높을 수 없겠지요? 정맥으로 나온 혈액은 거의 혈압의 영향을 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거꾸로 흐를 수도 있기에 정맥에는 날름막이 있는 것이지요.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몸의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이 힘도 정맥 혈관을 짜주는 효과를 보입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 그렇다면 임파액은 어떤 힘으로 흐를까요? 또 얼마나 빠르게 온 몸을 순환하고 있을까요? 임파액은 조직을 적시다가 임파관으로 들어옵니다. 혈압이 존재할 수 없겠지요. 모든 임파관은 합쳐지고 합쳐져서 대정맥으로 연결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베르누이의 정리에 의하여 임파관에는 음압이 걸립니다. 그리고 정맥의 경우처럼 날름막이 존재하고 있고, 근육의 수축이완의 힘을 받아 흐르게 됩니다. 대략 40분 정도의 순환속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심혈관계 질환은 결국 이들이 흐르는 관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당연히 발생하겠지요?
그것이 알고싶다 :임파계 II - 임파액, 임파관, 임파절닫힌 혈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혈액이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혈관 밖으로 임파액(lymph)을 내보내야 합니다. 모세혈관 밖의 조직에서는 임파액이 혈액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흘러나간 임파액은 다시 혈액으로 돌아와야 하겠지요? 임파액을 다시 혈액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특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집에서 수돗물을 쓰고 버리면 하수도를 통하여 버린 물들을 모아 하수처리를 하여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내게 됩니다. 혈관을 떠난 임파액은 임파관을 통하여 다시 회수되어 심장의 대정맥으로 연결되어 다시 혈액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좌)정가진 교수님 / (우) National Cancer Institute우리 몸에는 혈관계(Blood System)와 임파계(Lymphatic System)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들을 합쳐서 순환계(Circulation System)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림이 조금 과장되기는 하였지만, 임파관과 임파절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혈관 밖의 조직은 임파액으로 채워집니다. 임파액은 조직의 노폐물 등을 싣고 임파관으로 흡수됩니다. 임파관은 막힌 골목길과 같습니다. 임파관들은 모이고 모이면서 심장쪽으로 흐릅니다. 그림에서 심장에 가까워질수록 임파관이 굵어지는 것을 나타내다보니 조금 억지스럽게 보이기는 합니다. 임파관이 모이는 곳에는 임파절이 있는데, 모든 곳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파절은 일종의 검문소입니다. 조직을 거쳐 임파관으로 들어오는 임파액에 혹시라도 병균이 들어있으면 이 검문소에서 확인하여 면역계에 비상 연락을 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어렸을 때 흔히들 편도선 염이라고 고생해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편도선도 엄밀한 의미에서 임파절입니다. 물론 확대된 임파절입니다. 임파절은 병원성 미생물을 발견하면 여기에서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따라서 백혈구들이 몰려오고,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염증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몸 전체에 이러한 검문소는 대단히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검문소 중에 겨드랑이나 샅(사타구니는 잘못된 말)에는 검문을 많이 합니다. 편도선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목 부위에도 대규모의 검문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몸의 말초부분에서 중심부분으로 병원성 미생물들이 옮겨오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령 팔, 다리를 잃더라도 몸의 중심부를 지키고자 하는 수도방위사령부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목 부분의 검문소들의 경우는 겨드랑이나 샅에 존재하는 검문소들과는 입장이 다르긴 하겠습니다. 방어선이 무너져 온몸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전신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겠지만, 우리 몸의 방어선은 국지전을 선호하고 있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신성 염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습니다. 뇌염, 위염, 장염, 간염, 폐염처럼 특정 장기에서 일어나는 염증은 그 장기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지 반드시 병원성 미생물들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꼭 필요한 설명은 아닙니다만, 폐의 염증을 흔히들 “폐렴”이라고 부릅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신 선생님들의 설명에 의하면 습관으로 굳어져 인정하는 이름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굳이 “폐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혈액과 임파액의 흐름에 대해서 잠시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임파계 (Lymphatic System) - 1여러분은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심장을 떠난 혈액은 대동맥을 타고 흘러나와 여러 동맥으로 가지 친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흐릅니다. 흘러나간 혈액은 모세혈관(毛細血管; capillary)을 거친 다음 다시 정맥이라는 혈관을 따라 흐르면서 모이고 모여 대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오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실은 이탈리아 파두바 대학에서 공부한 윌리엄 하아비(William Harvey)라는 영국 의사가 1628년에 처음으로 발견한 사실입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TM Higher Education Group, Inc 이와 같이 혈액의 순환이 일어나는 것을 닫힌 혈관계(Closed Circulation System)라고 합니다. 즉, 혈액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혈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으로 전달하고, 여러 조직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나 노폐물을 다시 수거해 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혈관 옆에 붙어 있는 세포들은 그런대로 문제가 없겠지만, 모세혈관이라 하더라도 모든 세포에 도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혈관에서 멀리 떨어진 세포들은 살기가 쉽지 않겠지요? 사람들이 사는 마을 중에도 오지(奧地)마을이라는 것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도 전기도 들어오고 우편물도 들어 옵니다. 대동맥은 세 겹의 탄력이 있는 관으로 형성되어 있어 혈압에 견디게 되어 있습니다. 모세혈관은 가느다란 혈관인데, 이 혈관은 한 장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내피세포(內皮細胞; endothelial cells)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세혈관을 구성하고 있는 내피세포들은 혈액의 액체 성분이나 백혈구들을 혈관 밖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줄이도록 하지요. 그래서 온몸에 존재하는 세포들은 혈액을 구성하는 바탕액체가 되는 혈장(血漿; plasma)을 통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액체를 임파액(임파액; Lymph)이라고 부릅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새로 산 신발을 즐겁게 신고 나갔다가 뒷꿈치에 물집이 잡힌 적이 있으시지요? 뜨거운 국물을 급히 들이마시다가 입천장에 물집이 잡힌 적이 있으시지요? 때로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서 살짝 긁히는 정도의 부상을 입었는데, 피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맑은 액체가 나온 적 있으시지요? 혈관이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파액이 흘러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진물이라고도 하지요? 이번에는 좀 다른 현상을 살펴보지요. 가끔은 멍이 든 적도 있으시지요? 무슨 이유에서든 외부의 강한 압박으로 인하여 모세혈관이 터지면, 조직으로 적혈구들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적혈구는 산소를 듬뿍 담았을 때에는 선홍색입니다. 그러나 조직을 거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가득 실었을 때에는 검붉은 색이 됩니다. 선홍색의 피가 흐르는 동맥은 피부 가까이로 흐르지 않습니다. 멍이 들었을 때의 혈관은 정맥이기 때문에, 흘러나온 적혈구들은 검붉은 색을 띄고 있는 것입니다. 거의 검은 색에 가깝게 멍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시퍼렇게 변하다가 초록색으로 그리고는 다시 누런 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난 번 글에서 거식세포를 소개하였는데, 바로 이 거식세포들이 조직으로 흘러나와 역할을 할 수 없는 적혈구들을 치우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임파계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거식세포골수세포의 대표 골수세포들은 임파세포와는 달리 항원을 하나하나 특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합니다. 임파세포들은 항원을 하나하나 정교하게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게 골수세포들은 항원이 들어오면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방어에 나서게 됩니다. 작은 동네에 늑대가 나타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뛰어나와 몽둥이와 꽹과리를 들고 늑대를 쫓아내겠지요? 이번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마을 사람들은 늑대의 경우와 동일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임파세포들은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의 병사들이라면, 골수세포들은 앞에서 예를 들었던 작은 마을의 주민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골수세포에도 종류가 많습니다만, 편의상 한 가지 세포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식세포(巨食細胞) 또는 대식세포(大食細胞)라고 하는 탐식세포(貪食細胞)가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나 외부 물질, 그리고 수명을 다한 우리의 세포들을 잡아먹는 세포입니다. 언뜻 보면 청소부의 역할 정도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거식세포(macrophage)는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을 잡아먹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과정을 거쳐 외부에서 항원이 침입하였다는 사실을 임파세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병원성 미생물이 하나씩 들어오면 그 항원의 양이 적기 때문에 B 세포나 T 세포들은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게 됩니다만, 거식세포가 잡아먹은 병원성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항원들을 모아서 세포 표면에 붙여둡니다. 이때의 항원의 양은 임파세포들에게 적절한 출동명령을 내릴 수 있는 양이 됩니다. B 세포나 T 세포가 놓칠 뻔 했던 항원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우리 몸의 방어 기작을 요약해 보면, 거식세포와 같은 골수세포들이 일차 방어를 맡습니다. 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면 거기에서 면역 반응은 중지됩니다. 하지만 골수세포들의 방어 능력을 넘어서는 정도의 외부 공격이 있다면, 비로소 임파세포들이 출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골수세포들은 항원을 어떻게 알아볼까요? 늑대인지 집 나간 강아지인지 어떻게 알아볼까요? 이들도 손으로 더듬어서 상대를 인식합니다. 오랫동안 이들의 인식 방법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지만, 최근에 이르러, 특히 미생물들이나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은 나름대로의 공통된 표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현상수배범의 얼굴을 보고 범인을 체포하는 경우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거식세포들도 T 세포처럼 여러 종류의 면역 조절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들도 들어 있는데,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우리 몸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염증(炎症; inflammation, 영어로도 불꽃이라는 말입니다)이 수반되는 것입니다. 저는 종종 면역 반응은 곧 염증 반응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염증 반응의 특징을 알아볼까요? 여러분들이 모기에게 물렸을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물린 자리가 부어오르지요? 그리고 그 부위가 빨갛게 됩니다. 기억이 나실까 모르겠습니다만, 그 부위를 만져보면 주변에 비하여 좀 뜨겁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기의 경우에는 가려운 정도겠지만, 염증이 심해지면 그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네 가지 현상, 즉 붓고, 붉어지고, 뜨겁고, 아픈 현상들은 항상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적당한 수준에서 염증 반응이 중지되면 괜찮겠지만, 전투가 크게 벌어지고 쌍방 간의 피해가 커지게 되면, 우리 몸에는 병적인 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 몸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다음 그림에서 왼쪽의 네 사람들이 나타내는 염증 반응의 특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후대에 들어 맨 오른쪽의 사람이 하나 첨가되어 염증 반응의 결과로 우리 몸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횃불에 데고, 바지가 벗겨져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고, 배가 불뚝 솟아 있고, 부숴지는 기능(팔이 떨어졌네요)에 발등을 찍혀 통증을 느낀다는 매우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염증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은 그쪽으로 백혈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며, 붉어지고 열이 나는 것은 혈관이 팽창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팽창으로 인하여 그곳을 지나가는 신경에 자극을 받기 때문에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적절한 방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병증이 나타나거나, 때로는 만성 염증(慢性 炎蒸; chronic inflammation)으로 이어져 오랫동안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염증 반응은 거식세포만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임파세포들도 필요하면 이러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거식세포의 많은 기능들은 필요할 때 다시 조금씩 소개하겠습니다. 백혈구에는 아직 소개하지 않은 세포들이 몇 가지가 남아 있습니다만, 이들도 필요할 때 소개하겠습니다. 이제 혈구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에는 임파계(淋巴界; Lymphatic System)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항체 생성도 비대면으로!B 세포와 T 세포의 비대면 협력! B 세포와 T 세포라는 어려운 개념을 잘 이해하셨겠지요? B 세포는 포병으로 항체라는 포탄을 혈류를 통하여 전신으로 쏘아댑니다. T 세포는 백병전을 벌이는 보병으로 문제가 되는 우리 몸의 전선으로 직접 달려가 침입자들을 몰아내는 군대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요?사진 출처: British Library on Unsplash 제너는 그만 두더라도 파스퇴르나 코호의 시대에는 면역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습니다. 파스퇴르는 면역된 동물의 혈청이 병균들을 응집시킨다는 현상을 발견했었고, 코호의 경우에는 우여곡절을 거쳐 그의 제자가 면역된 동물의 면역세포를 면역되지 아니한 동물에 주입해 주었더니 면역력이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렇게 파스퇴르의 연구실에서는 B세포에 관련된 연구 방향이 정립되는 한편 코호의 연구실에서는 T 세포에 관련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우리들이 B 세포나 T 세포를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릅니다. 1950년대에 들어서서 면역 세포에 관한 사실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1960년대 말에 이르러 비로소 B 세포나 T 세포를 구분하여 연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까지도 전자현미경으로도 두 세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두 세포를 연구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여기서 한 가지 설명을 드리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B 세포를 발견한 것은 닭에서부터였습니다. 닭의 항문 근처에 존재하는 점액낭(粘液囊; Bursa)에서 항체를 내는 세포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 기관의 머릿글자를 따서 B 세포라고 이름지었다는 점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포유류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기관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찾고 또 찾아본 결과 포유류에서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골수(骨髓; Bone Marrow)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포유류에서 항체를 만드는 기관이 골수였기 때문에 이 역시 B 세포로 불리게 됩니다. 1970년대 초에 생쥐에게 항원을 주사해 주고 항체가 형성되는 정도를 측정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생쥐에 항원을 주사하였다면 당연히 항체가 생겼겠지요? 그런데, 이 실험에서는 항원을 주사한 다음 B 세포와 T 세포를 따로 분리하여 시험관에서 두 세포를 배양하였습니다. 실험은 완벽하게 진행되었습니다만 그 어디에서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세포를 섞어서 배양한 시험관에서는 항체가 생성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B 세포와 T 세포가 서로 협력해야 비로소 항체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체를 만드는 세포는 B 세포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B 세포가 항원을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항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동일한 항원을 인식한 T 세포의 도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런 실험을 했던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B 세로와 T 세포는 직접 부딪쳐야 하는가, 아니면 직접 접촉을 하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협력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비슷한 실험 한 가지를 더 해봅니다. 유(U)자형 시험관을 만들고 그 중간에 필터로 막아 놓았습니다. 이 필터는 액체 성분들은 통과할 수 있지만, 세포들은 통과할 수 없는 그런 막입니다. 다시 말해서 B 세포와 T 세포는 직접 접촉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B 세포와 T 세포가 굳이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B 세포가 항체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원에 자극을 받은 T 세포가 어떤 물질을 만들어 밖으로 내보내고 있고, 바로 그 물질이 B 세포의 활성화에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T 세포 만이 아니라 면역세포들은 다양한 종류의 면역 조절 물질을 생성하여 서로 간에 통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후로 이러한 면역 조절 물질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발견되었고,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하여 싸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그대로 해석해도 “세포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면역 조절 물질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분비되어야 하고, 과다분비되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국민을 해치는 군대의 공격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면역 반응은 적당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4달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혈구(血球) 이야기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으로 인하여 매스컴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용어들 때문에 좀 멀리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다시 백신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백신의 주인공인 백혈구에 대하여 살펴볼까 합니다. 당연히 적혈구도 살펴보아야 하겠지요. 여러분은 “피”라고 하는 말에 우선 두려운 마음이 먼저 생기겠지만, 오늘은 피를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지난번에 혈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의 응고를 잠깐 언급했지요. 피는 액체 성분과 고체 성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굳이 고체라고 표현한 것은 세포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합니다. 오늘은 피에 들어있는 혈구세포에 국한하여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피에 들어있는 적혈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피가 빨간 색을 띄고 있는 것은 적혈구들이 세포 안에 헤모글로빈(hemoglobin)이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어서 나타나는 색입니다. 적혈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폐에서 산소를 받아서 온 몸의 조직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일입니다. 그 기능을 맡아보는 분자가 헤모글로빈입니다. 적혈구의 숫자는 남성의 경우에는 1 입방 밀리미터(1 mm X 1 mm X 1 mm)에 약 5백만 개의 적혈구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은 남성보다 약 10%가 적은 450만 개의 적혈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혈구의 수명은 약 120일 정도입니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수명을 다한 적혈구는 간에서 분해되며 세포 속에 들어 있던 헤모글로빈은 다시 활용되거나 아니면 빌리루빈(bilirubin)으로 분해되어 장을 통하여 배출되는데 대소변의 누런색은 바로 빌리루빈의 색입니다. 간에서 담즙이 쓸개를 통하여 췌장으로 내려오는데, 이 길이 막히면 황달이 일어납니다. 황달도 바로 빌리루빈 때문에 생기는 색입니다. 붉은 색소의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는 적혈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피의 양은 체중의 13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여러분께 흥미로운 계산을 부탁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계산기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체중이 65kg인 남성의 골수에서는 매초 몇 개의 적혈구가 만들어질까요? 위에 필요한 자료는 다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은 모두 수명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의 세포가 아닙니다. 매 순간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적혈구의 수명이 120일이므로 지금부터 120일이 지나면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적혈구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새로운 세포로 바뀌어 있는 것입니다. 적혈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려 현미경으로 살펴본다면 적혈구 이외의 세포를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백혈구가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별한 방법으로 혈구를 처리하면 백혈구들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백혈구는 한 가지 세포가 아닙니다. 백혈구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함께 흐르고 있는 백혈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한 그룹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임파세포(淋巴細胞, 淋巴球; Lymphocytes)이며, 다른 그룹은 골수세포(骨髓細胞, 骨髓球; myelocytes)입니다. 백혈구들 가운데 골수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혈액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세포의 일부분이 조각으로 변하여 혈액으로 내 보내는 세포가 있는데, 이는 골수세포의 일종으로 거핵세포(巨核細胞, 巨核球; megakaryocytes)가 있는데, 이 세포의 조각들이 혈청 속에 떠 있는 혈소판(혈소판; platelets)입니다. 면역을 담당하는 임파세포들은 다시 B 세포와 T 세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들이 면역 기능을 학습하는 기관, 즉 점액낭(粘液囊; Bursa)와 흉선(胸線; Thymus)의 영문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이들을 발견하게 된 역사도 나중에 살펴보겠습니다. 임파세포들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항원을 만져보고 인식하게 됩니다. 만져보는 팔이 세포마다 특이하기 때문에 하나의 임파세포는 한 가지의 항원만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그 인식은 대단히 정교하기 때문에 우리의 면역시스템은 대단히 많은 항원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을 외부와 내부의 적으로부터 지키는 임파세포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B 세포는 항원을 인식하면 그 항원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들게 됩니다. 항체들은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면서 정확하게 그 항원만 공격합니다. 항원이 없어지게 되면 당연히 그 항체들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지만, 그 항체를 만들었던 기억은 남게 되어 다시 동일한 항원이 들어오게 되면 매우 빠르게 그리고 매우 강하게 반격하게 됩니다. 면역 기억이 바로 백신을 맞는 이유가 되겠지요. T 세포는 항원을 직접 접촉하여 파괴합니다. 당연히 T 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는 것도 B 세포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B 세포가 포병이라면 T 세포는 백병전을 치르는 보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 세포가 면역 반응을 보이는 방식은 B 세포에 비하여 매우 다양하기는 합니다만, 오늘은 T 세포와 B 세포가 협력을 해야 비로소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두 면역세포들의 협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돌파감염?정말 소설 쓰는 이야기백신을 3차까지 모두 맞았는데 코로나로 확진되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방송에서 돌파 감염(突破 感染; break-through infection)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면역력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방어벽을 뚫고 들어왔다는 말입니다만, 사실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면역력이 생기지 않았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Tai's Captures on Unsplash 우리 몸의 면역력은 백혈구 중에서도 임파구라고 하는 아주 정교한 세포들에 의하여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항원 하나하나를 정확히 구분하고, 한 번 면역 반응이 일어나게 되면 침입한 병원미생물들이 없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공격하게 됩니다. 생체의 반응 중에 실무율(悉無律; all-or-none)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외부의 자극이 어느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100%로 반응한다는 내용입니다. ① 여러분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들이 공놀이 하다가 실수로 던진 공에 맞았다면 화를 내시겠습니까? 회색 부분은 어느 정도의 병원 미생물이 침입하더라도 우리 몸은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부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② 접촉사고가 났는데, 상대방이 다짜고짜 화부터 내며 덤벼들면, 여러분은 아마도 같이 언성을 높이면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상대하지 않겠습니까? 분홍색 부분입니다.③ 앞에 가는 검정 승용차가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가질 않고 서 있습니다. 빨리 가라는 의미로 경적을 짧게 울렸습니다. 그러자 네 문이 열리면서 검은색 재킷에 머리를 바짝 깎아 올린 이른 바 깍두기들이 내립니다. 여러분은 그저 얼어붙을 수밖에 없겠지요? 노란색 부분입니다. 위 그림에서 회색과 노란 부분은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회색 부분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면, 별것도 아닌 것에 벌컥 화를 내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며, 면역학적으로는 과민반응(hypersensitivity)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항원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정도로 과량 침입하게 되면 면역시스템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면역학적 관용(immune tolerance)이라고 말합니다. 분홍색 부분에 해당하는 면역반응은 그 병을 이겨낼 때까지 지속됩니다. 경우에 따라 병원미생물의 힘이 막상막하가 되면 이른 바 만성질환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마치 휴전을 앞둔 전선처럼 밀고 밀리면서 싸우는 것이지요. 사진 출처: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겨서 원래 사용된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그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에 백신으로 생겨난 면역 시스템이 변종을 몰라보고 있다면, 변종에 대해서는 면역력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굳이 돌파감염이라는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면역 시스템도 아주 비슷한 경우에는 실수로 면역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만, 면역 시스템의 정교함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섭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요즈음에는 또 스텔스 오미크론 변종이라는 말이 등장하였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개념의 백신이 소개되었는데, 변종이 생기면 바로바로 그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획기적인 발상이었지만, 설령 백신을 만든다 하더라도 또 다시 전 국민이 최소한 두 차례 이상 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획기적인 발상인가에 대해서도 한번 짚어보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모쪼록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살려라!설원 위 개들의 질주(The Great Race of Mercy)네, 정말로 그 뜻이 변하지 않도록 제대로 번역하기가 어려운 제목입니다. 오늘은 디프테리아를 치료하기 위하여 97년 전에 알래스카에서 일어났던 특별한 일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이 하필이면 1925년의 이때쯤입니다. 사진 출처: Dog team at Seventh All Alaska Sweepstakes, Nome, April 13, 1914. Library of Congress.1925년 1월 22일 알래스카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놈(Nome)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마추어 무선사의 다급한 타전이 워싱턴으로 날아듭니다. 1924년 12월부터 어린이들 사이에 편도선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925년 1월 중순이 되면서 디프테리아로 확진되어 사망하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급기야 그 마을에 유일한 의사인 커티스 웰치 박사는 시의회를 소집하고 격리시설을 마련하며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놈이라는 마을은 한 때는 금광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금의 산출이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떠난 곳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마을은 알래스카의 철도와는 거리가 멀었고, 때는 한 겨울의 눈 덮인 알래스카인 만큼 1,000 km를 이동할 방법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웰치 박사가 급히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이미 20명의 환자가 디프테리아로 진단되었고, 50여명의 어린이들이 비슷한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웰치 박사는 디프테리아 백신(항체가 들어있는 혈청)을 미리 요청하여 둔 상태였으나, 이미 항구가 얼어버려 더 이상의 백신을 받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경우를 어떻게 헤쳐 나아갔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시지요. 1925년에는 어느 정도 비행 기술이 발전되어 있었지만, 수랭식 엔진에 열린 조종실의 복엽기(biplane)가 날던 시절에 한 겨울의 알래스카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일이 당시로서는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나 봅니다. 보건 당국은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백신을 시애틀에서 얼지 않는 항구인 앵커리지로 보내고, 놈으로 가는 최단 거리로 철도가 닿는 곳(Nenana)까지는 기차로 가기로,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개들이 끄는 썰매를 이용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기차로 도착한 백신은 놈까지 1,085 km의 먼 길을 썰매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들이 거쳐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였을지 상상을 해 본다면 이들의 노력에 크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간단히 이들의 험로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medium.com/the-mission/how-the-great-race-for-mercy-became-the-iditarod-74d95400e4b0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127시간을 밤낮없이 달리기 위하여 20팀의 썰매를 끄는 150여 마리의 허스키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얼어버린 베링해를 건너고 험한 맥킨리 산을 넘었는데, 이때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였고,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65도나 되었기에, 여러 마리가 희생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이 달린 길은 원래 놈까지 우편물을 전하던 길이기는 하였지만, 그 추운 시기에 밤낮없이 달려야 했던 것은 오직 어린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고, 평상시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달릴 이유는 없었겠지요. 다행히 놈에서의 디프테리아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썰매를 이끌던 대장격인 발토와 토고라는 두 마리의 허스키가 영웅이 되었고, 그중에 발토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그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발토는 당시 세 살이었습니다. 2011년에는 영화로 기록되기도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5cpLyErs5I)사진 출처: Seppala gives a touching goodbye to his old friend Togo in Maine in 1929. Courtesy of Sigrid Seppala Hanks Collection, Carrie M. McLain Memorial Museum. 그리고 백신을 수송했던 이 일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 길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해마다 썰매들이 알래스카의 설원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3년 후면 이 일도 100년 전의 옛이야기가 됩니다. 오늘 간단히 소개하였지만, 죽어가고 있는 어린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책임감으로 그 험한 길을 달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흰 눈 덮인 만주 벌판에서 장총을 끌어안고 밤을 새우던 우리들의 독립군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사진 출처: Togo in single lead on a trail in 1921. Courtesy of Sigrid Seppala Hanks Collection, Carrie M. McLain Memorial Museum.다행히 백신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도 끊임없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과 병원미생물들은 서로를 이겨보려는 노력으로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다음에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全百勝)!미생물학의 황금시기의 시작, 코호의 연구실 코호의 연구실은 파스퇴르의 연구실과 그 분위기가 매우 달랐습니다. 코호의 연구실은 독일에서 이름을 남긴 많은 학자들은 물론 유럽의 여러 나라, 심지어는 일본에서까지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많이 거쳐간 곳입니다. 심지어 그의 조수(연구원? 제자?)가 코호 보다도 먼저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에밀 폰 베링은 1901년 첫 번째 노벨 생리의학상의 수상자입니다. 코호는 결핵의 연구 공로로 1905년에, 그의 또 다른 연구원들인 메치니코프와 에헤를리히가 1908년에 받는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모여 있었던 것입니다. Robert Heinrich Hermann Koch (1843-1910)사진 출처: https://www.qphradio.org/index.php?option=com_content&view=article&id=8413:robert-heinrich-hermann-koch&catid=277&Itemid=421코호의 시대에는 결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었습니다. 그의 공로로 결핵의 기초적인 병리학적 지식 및 조기 진단 등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나, 항생제 등이 발견될 때까지 무수한 인류의 생명을 앗아간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대까지 유명한 사람들이 요절한 가장 큰 이유가 결핵이었습니다. 항생제 덕택으로 한동안 사라졌던 질병이 최근에 다시 우리 주변에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합니다. 결핵이 지금은 무서운 병은 아니지만, 아직도 조심하여야 하는 것은 재발할 경우에는 치료가 매우 힘든 질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코호의 시대에 결핵 이외에도 수많은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 있었는데, 디프테리아라는 전염병입니다. 전염병이 돌 때면 10% 정도의 사망률을 보이는 매우 무서운 질병입니다. 열 명 중의 한 명이 죽는다고 보시면 안 됩니다. 전염병이 돌면 수만 명이 감염되는 것이고, 그 중의 10%라고 하면 수천 명이 죽는 것입니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지요. 사진 출처: by National Cancer Institue on Unsplash디프테리아를 일으키는 병균이 상기도에 자리잡고 자라면서 독소를 뿜어내는데, 이 독소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집니다. 그리고 기도를 막는 얇은 막이 생겨 호흡이 매우 힘들어지는 아주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DPT(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라는 복합백신 덕택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질병입니다만, 혈액으로 독소가 퍼지기 때문에 파스퇴르의 경우에서처럼 백신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병원균에 대하여 백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소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파스퇴르의 경우보다 몇 배나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그 질병이 독소에 의한다는 사실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독소를 어느 정도 정제하여 그 독성을 약화시킨 뒤 동물에게 주사하면 항체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량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혈청을 얻기에는 대형동물이 용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와서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의 혈청에는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이 다량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초기의 백신 개발을 통하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면역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게 됩니다. 파스퇴르와 코호의 연구실에 모여있던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이제 우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대하여 방어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Trnava University on Unsplash 여기에서 이야기를 잠시 코호의 연구실의 다른 업적을 소개하겠습니다. 전염병에 감염된 환자로부터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분리되었고, 연구실에서는 이들 미생물들을 배양하면서 병리학적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미생물은 한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특정 미생물이 이 질병을 일으켰다고 결론 지을 수 있을까요. 코호의 가설(Koch’s postulates)이라고 부르지만, 코호의 가정이란 말도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제가 번역을 했더라면 “코호 연구실의 기준”이라고 했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여기 우리가 매우 수상한 병균을 하나 찾았다고 합시다. 이 병균이 정말로 이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었다면,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운 것입니다. 생쥐를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이 미생물이 특정의 질병을 일으켜 생쥐를 죽게 하였다면, 죽은 생쥐에서 그 미생물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건강한 개체에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요구조건입니다. 죽은 생쥐에서 분리한 병원균이 하나가 아닐 수 있으므로 각각의 미생물을 따로따로 배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두 번째 조건이며, 그렇게 준비된 미생물을 다시 건강한 생쥐에 주사하였을 때 동일한 증상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조건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아닙니다. 최종 판단을 위하여 세 번째 조건을 충족시킨 생쥐에서 다시 이 미생물이 분리될 수 있다면, 그 미생물이 바로 그 질병의 원인균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 네 번째 조건입니다. 흔히들 네 번째 조건을 간과하게 되지요. 물론 이 기준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시로서는 이러한 기준 덕택에 수 많은 전염병의 원인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CDC on Unsplash코호의 실험실에서 만든 이 기준에 의하여 수많은 전염병의 원인균들이 한꺼번에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1876년 탄저병균의 발견으로 시작된 이 시기를 “미생물학의 황금시기; The Golden Age of Bacteriology”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들 병원균에 대한 백신 개발도 함께 발전하게 되겠지요. 요즈음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해드린 것 같아서 다음에는 1925년 알래스카에서 디프테리아 백신의 수송과 관련된 옛날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개구리가 진흙에서 생긴다고?파스퇴르의 연구실에서 끝낸 '자연발생설'의 논란!여러분은 1798년 제너에 의하여 인간은 미생물에 의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질병이 일어나는 이유도 모르는 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던 시절입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밟았다고요? 그래도 그건 아니지요. 자연현상을 완벽히 이해하고 과학이 발전한 역사는 없습니다. 제너는 당시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과 스스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에 실제로 실험을 통하여 그러한 현상이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공로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제너의 종두법 발견을 시기한 당대의 논란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소개해 보겠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The New York Public Library on Unsplash파스퇴르와 코호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파스퇴르와 코호의 시대에는 전염병의 원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파스퇴르의 연구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파스퇴르는 자연발생설, 즉 모든 생명체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학설을 틀렸다고 증명해 낸 사람입니다. 나일강이 범람한 뒤에 개구리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개구리가 진흙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아리에 밀을 넣어 두고 여기에 땀에 절은 셔츠를 넣어 두면 21일 뒤에 쥐들이 생겨난다고 믿었습니다. 그것도 다 큰 생쥐들이 생겨났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연발생설을 증명하기도 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 그 학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도 발표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파스퇴르는 플라스크에 고기국물을 넣고 뚜껑을 닫지 않은 채 펄펄 끓인 다음에 플라스크의 목을 백조의 목처럼 S자 모양으로 휘어 놓았습니다. 원래의 플라스크라면 공기 중의 미생물이 그 입구를 통하여 들어가서 자라게 되면 맑은 고기국물이 뿌옇게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휘어 놓은 플라스크의 경우에는 미생물이 날개가 있어서 날아 들어가지 않는 한 플라스크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 결과 미생물 조차도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자연발생설을 부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도 미생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파스퇴르는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미생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포도주가 시어지는 일이 포도주에 불필요한 미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인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온살균법, 즉 영어로 pasteurization이라는 포도주의 품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불필요한 미생물만 죽이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www.pasteurbrewing.com/the-question-of-spontaneous-generation/swan_neck_flasks_from_pasteurs_laboratory_20100504_1041371577/앞에서 설명하였습니다만, 파스퇴르는 약화된 닭의 콜레라 균을 통하여 면역현상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현상을 발견하였는데, 백신을 처리한 닭의 혈액과 그렇지 않은 닭의 혈액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여 백신을 처리한 닭의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은 콜레라 균을 응집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A형, B형, AB형, 또는 O형의 혈액형을 판별하는 방법을 아시겠지만, 슬라이드에 배양한 균을 떨어뜨리고 여기에 면역혈청을 섞어주면 응집현상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백신을 처리하지 않은 닭의 혈청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파스퇴르는 백신의 효능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너의 경우에는 이러한 과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천연두는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병하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현대의 광학 현미경 (평균 1,000배)으로도 관찰 할 수 없습니다. 즉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병원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닭의 콜레라균은 세균(영어로는 박테리아)이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clipartkorea.co.kr혈청이라는 말이 갑자기 튀어 나왔습니다. 혈액은 액체 성분과 혈구와 같은 고체 성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혈액을 채취하여 그대로 두면 피가 엉기면서 덩어리가 생깁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선지가 바로 그것이지요. 선지 덩어리를 제거하면 맑은 액체가 남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혈청이라는 것으로, 여러분들이 매실청이니 모과청이니 하는 경우와 동일한 청입니다. 청이란 맑은 액체란 뜻이고, 혈청은 영어로는 serum이라고 쓰는데, 화장품 업계에서 자꾸 세럼이라합니다만, 영어로 읽으면 씨-럼이라고 읽는 것이 맞습니다. 제너가 백신을 발견하던 시절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파스퇴르에 이르러 엄청난 과학적 진보를 이루게 됩니다. 다음에는 코호의 연구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 보겠습니다.
우세종(優勢種)이라고요? -- 용어의 오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종이 머지않아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방송은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세종이 무슨 말인지 대개는 짐작하시겠지요? 영어의 “dominant”를 번역한 말입니다. 그런데 “세(勢)”라는 말은 “세력(勢力)”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조만간 오미크론 변종이 아주 센 변종이 될 것이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dominant”는 적어도 여기에서 만큼은 “수적 많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즉 오미크론 변종에 의하여 감염된 환자의 숫자가 다른 변종에 감염된 사람보다 월등히 많다는 뜻일 뿐, 오미크론 변종의 독성이 무시무시하게 독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를 보면 오미크론의 전염력은 우세하지만 그 독성은 생각보다 약한 모양입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Mufid Majnun on Unsplash 그렇다면 현재 생물학계에서 쓰는 말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점유 수준이 뛰어난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우점종(優占種)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황 우석 박사가 “줄기 세포”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영어의 “stem cell”이라는 말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줄기 세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전까지 이 분야를 공부하던 사람들은 “모세포(母細胞)”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골수에서 우리 혈액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를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 hematopoietic stem cell)”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모세포라고도 부르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는 “줄기 세포”는 “간세포(幹細胞)”로 번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기둥 세포”라는 말이 되겠지요? 물론 식물의 줄기는 영어로도 “stem”이 맞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황 우석 박사의 번역이 잘못된 번역은 아닙니다만, 학계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며, 위에서 “dominant”를 학계에서는 이미 “우점종”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우세종이라고 하는 바람에 모든 매스컴이 우세종이라고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며, 번역된 용어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므로 매스컴에서는 특히 이런 점을 유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요즈음 신문 방송사에는 학위를 가진 전문가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소한 일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Tai's Captures on Unsplash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고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신문 방송에서는 조류 독감이 발생했다고 보도합니다. 이 때 그 바이러스의 독성을 이야기하면서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설명을 하는데, 영어의 “high pathogenicity” 또는 “low pathogenicity”를 직역한 결과입니다. 물론 병원성이 높고 낮다는 말이 잘못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독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강독”과 “약독”이라고 합니다. 백신을 제조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병원성 세균이나 물질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과정을 “약독화(弱毒化)”라고 합니다. 저는 매스컴에서 강병원성과 약병원성으로 번역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용어는 완벽할 수 없고, 또 사람들은 오래되자 않아 익숙해지기 마련이기는 합니다. 씁쓸한 기분은 저 혼자 달래면 되겠지요.
백신이라는 이름에 대하여어느 저녁 자리에서 코로나 백신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중 도대체 그 백신이라는 이름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요즈음 방송에서 “무슨 신, 무슨 신” 하면서 마지막에는 “백신”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백신에서 ‘신’은 귀신의 ‘신’(神)도 아니고 어떤 장면의 ‘신’(scene)도 아닙니다. 이야기는 1798년으로 옮겨 갑니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天然痘; smallpox)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논문을 발표한 해입니다. 사실 그의 논문은 2년 전에 완성이 되었습니다만, 우여곡절을 거쳐 개인 돈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논문의 기본을 간단히 설명드립니다. 두창(痘瘡; 우리 말로 “마마”라고도 하지요)이라는 병은 동물들에게도 흔한 질병입니다. 하지만 동물의 종류에 따라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조금씩 다릅니다.여러분은 우두(牛痘)라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소에 감염하는 두창이란 말입니다. 사람을 감염시키는 천연두는 사실 인두(人痘)라고 불렀어야 맞는 말입니다. 제너 시절에 소의 젖을 짜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던 사실은 우두에 걸렸던 사람들은 절대로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그렇습니다. 제너가 최초로 이러한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논문 제목에는 우두(Variolae vaccinae)로 천연두를 예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서 현대어로 variola는 두창을 의미하고 vaccinae라는 말은 라틴어로 cow라는 말의 형용사형입니다. 즉 암소의 두창에서 얻은 분비물로 사람의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그런데 1879년에는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가금류(家禽類; 닭, 오리 등과 같은 새 종류의 가축을 이르는 말)에 콜레라를 일으키는 세균을 연구하던 도중에 그의 조수인 샹베르망에 의하여 배양하여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세균들은 그 독성을 잃어버려 닭에 주사해도 콜레라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조금은 당황하였겠지요. 그리하여 그는 다시 그 세균을 새롭게 배양하여 그 닭들에게 주사하였는데도 콜레라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배양이 잘못되었는가 하여 앞의 오래된 세균을 주사하지 않은 새로운 건강한 닭들에게 주사하였더니 콜레라 증상을 보이며 닭들은 사망하였습니다. 그들은 약화된 세균이 질병에 대하여 면역력을 생기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여러분, 이러한 발견을 할 때 과학자들이 느끼는 희열을 상상하실 수 있겠나요? 파스퇴르는 인류 최초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만,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80여 년 전 영국에서 제너가 이미 그러한 논문을 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너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논문 제목에 vaccination이라는 말을 쓰게 됩니다. 암소와 전혀 관계없는 논문인데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 용어가 그렇게 하여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파스퇴르가 발견한 저온살균법은 영어로 pasteurization이라고 합니다. 제너가 아니었다면 어떤 다른 이름을 지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군요. 사진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한 가지 잊을 법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11세기 경 중국에서 개발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천연두 예방법, 즉 환부의 딱지를 갈아 코로 들이마시면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방법은 실크로드를 타고 전파되어, 18세기에는 터어키에서도 좀 더 발전된 형태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두법(種痘法; 칼로 상처를 내고 우두를 접종(接種)하는 일)인 셈입니다.당시 터어키에 나와 있던 영국 대사 부인인 몬태규 부인에 의하여 영국으로 소개되었지만, 당시 영국의 의학계는 매우 교만한 자세로 이러한 방법을 무시하였지요. 그 후, 제너가 과학적으로 천연두 예방법을 밝혀내고도 거의 200년이 다 되어서 인류는 천연두를 없애는 개가(凱歌)를 올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7년 이후 종두법을 시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세계보건 기구는 1980년 5월 8일 공식적으로 지구 상에서 천연두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공표하였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영문이기는 합니다만) 다음에 소개하는 글들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200696/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j.1469-0691.2012.03945.x
혼돈의 시대코로나의 새로운 변종들이 나타나면서 몇 분들이 궁금해 하시면서 질문하신 것이 있어서 제가 쓰려던 이야기를 잠시 미루고 그 답부터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문제는 의사들 가운데, 당연히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분들이겠지만, 몇 분들이 백신에서 미생물이 나왔다는 외국의 보도를 제시하면서 맞지 말라는 내용의 유튜브가 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이 돌아가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받아보지는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방송을 통해 들은 것만 가지고 말씀드리자면, 백신을 믿고 맞으시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공산품은 제조 과정에서 또 유통 과정과 보관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매 과정에서 잘못된 제품을 가려 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잘못 될 수 있는 내용의 설명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우리나라에서는 최종 접종 과정에 불량 백신이 없기를 기대합니다.사진 출처: Photo by CDC on Unsplash 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천연두의 박멸 과정에서 11세기경에 보인 원시적인 형태의 방역법은 환부의 딱지를 갈아 코로 들이마시는 것이었는데, 잘못하여 많이 들이마시면 발병하고 사망에 이르기도 하였으며, 적게 들이마시면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정작 병이 돌 때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그 사망률이 25 ~ 30%에 이르지만, 부족하나마 이러한 조치라도 한 경우에 사망률은 10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면역력이 생기고 안 생기고 하는 문제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운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즈음, 심한 비바람이 부는 날, 아무리 큰 우산을 쓰고 나서도 무릎 아래가 젖는 것을 피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우산조차 쓰지 않으면 온 몸이 흠뻑 젖게 되지 않겠느냐 하는 말을 합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Dimitri on Unsplash 새로운 변종에 대하여 기존의 백신들이 잘 듣지 않는다는 논문 발표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로 오미크론 변종에 대한 백신 개발은 그렇게 시간이 걸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하게 되는 먹는 치료제의 효능은 변종에 대해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이므로 오미크론 변종에 대해서도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인명 손실이 전혀 없이 전쟁을 이길 수 있다면, 희생이 없이 의학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우 속상한 현실입니다. 그래도 축적된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적하는데 큰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 애쓰고 있는 방역진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그들을 믿고 따라 주는 것이 하루라도 빨리 이 전쟁을 끝내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자세한 내용으로 설명 드리지 못하여 송구합니다. 여러분들이 코로나로부터 무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면역 역사의 양면: 비극과 회복의 역사파스퇴르는 닭의 콜레라를 연구하던 중에 알게 된 사실로부터 탄저병과 광견병에 대한 백신도 개발하게 됩니다. 1881년 5월 파리 근교에서 파스퇴르는 탄저병 백신 개발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을 상대로 공개실험을 하였지요. 간단히 설명해 보면, 백신을 주사하고 시간이 경과된 25마리의 양들과, 백신을 주사하지 않은 다른 25마리의 양들에게 강력한 탄저병균을 주사하였습니다. 예상한대로 백신을 주사하지 않은 양들은 모두 사망하였는데 반하여, 백신을 주사한 양들 중에는 임신으로 인하여 약간의 부작용을 보인 양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무사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학술적 목적으로 따로 떼어 놓은 10마리의 양은 이야기에서 뺍니다.)1885년에는 아홉 살 짜리 소년이 이웃의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심하게 물려 병원을 찾아다녔어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자 파스퇴르를 찾게 됩니다. 백신이란 원래 특정의 병에 걸리기 전에 접종하여 그 병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기본 원리이지만, 여기에서 길게 설명하기는 어려우니 간단히 줄이면, 개에게 물린 직후 일정 시간 안에 백신으로 준비한 병원균을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생기면서 이미 들어와 있던 병원균에 대해서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로 파스퇴르는 한 소년의 생명을 구하였고, 목숨을 구한 그 소년은 후일 파스퇴르 연구소의 수위로 근무하다가 2차 대전 중의 폭격으로 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요.사진 출처: Photo by Sam Moqadam on Unsplash여기에 언급하기가 부적절할지는 몰라도, 면역학의 중흥을 가져온 파스퇴르의 연구 업적에는 조금은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 있는데, 닭의 콜레라를 통하여 면역력의 생성을 확인한 업적은 그의 조수인 샹베르망의 공이며, 그 후의 탄저병 및 광견병의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제자들의 도움이 매우 중요했으며, 나아가 남의 기술을 활용하였다는 것이 그의 사후에 확인되었지요. 씁쓸한 사실이지만 그의 천재성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같은 시대에 독일에서는 코호의 연구실이 면역학의 부흥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코호는 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결핵에 대한 깊은 연구로 후일 제자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되는데, 그의 실험실에서는 역시 유럽에서 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디프테리아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탄저병이나 콜레라 등 파스퇴르의 연구실과 겹쳐지는 연구들도 많았으나, 파스퇴르의 연구실은 훗날 체액성 면역이라고 부르는 항체 생성에 대한 연구를 이끌어 왔다면, 코호의 연구실에서는 세포성 면역이라고 부르는 백혈구(특히 T세포)에 의한 연구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른바 면역학의 양대 산맥이 형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사진 출처: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파스퇴르나 코호에 의하여 제너의 면역학이 부활하면서 두 실험실의 많은 제자들은 여러 종류의 병을 일으키는 세균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들에 대하여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데, 훗날 미생물학자들은 이 시기를 “미생물학의 황금시기”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명체에 의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에 대하여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인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백신,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나인류는 오래전부터 어떤 질병을 한 번 앓고 나면 다시 그 병을 앓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표적인 질병으로 천연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잘 알고 있듯이 천연두의 환부에 생긴 이른바 “딱지”를 갈아 코로 들이마시게 하는 것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접종하는 방법이 11세기 중국에서 개발되어 실크로드를 통하여 18세기에는 오스만 터어키 제국까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에 일정한 규칙이 없다 보니, 때로는 전혀 면역력이 생기지 않기도 하였거니와 심한 경우에는 오히려 이러한 시술로 인하여 사망하기도 했습니다.사진 출처: Ivan Diaz on Unsplash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도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는데, 일반적인 천연두는 25~30%의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그나마 정확한 방법이 아니었음에도 이러한 시술을 받은 경우의 사망률은 2~3%로 줄일 수 있었으니 경험에 의한 예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서쪽으로 퍼지면서, 또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는 나름대로 점점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천연두를 이겨내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오스만 터어키 제국에 이르렀을 때에는 환부의 고름을 채취하여 멀쩡한 피부에 상처를 내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시간이 지난 다음 우리 말로 “종두법”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영어로는 “inocul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진 출처: Fusion Medical Animation on Unsplash에드워드 제너는 정식으로 의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닙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 병원에서 이른바 도제식 수업을 통하여 의사가 된 사람인데, 나름대로 총기가 있어 16세 때의 경험이 나중에 천연두 백신 개발의 바탕이 됩니다. 하루는 젊은 여인이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의사의 진단이 천연두라 하자, 그 여인은 “나는 천연두에 걸릴 수 없어요. 난 소 젖을 짜는 사람이니까요”라고 답을 합니다. 당시에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민간에 널리 통용되던 의학 상식이었습니다. 제너는 훗날 런던의 성 죠지 대학 병원에서 유명한 존 헌터 교수에게 2년 동안 제대로 의학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때 배운 “생각만 하지 말고 실험으로 증명”하여야 한다는 교훈(원래 윌리암 하아비의 가르침)에 충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병원균 자체를 이용하여 면역력을 기르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Edward Jenner vaccinating his son, held by Mrs Jenner; a maid rolls up her sleeve, a man stands outside holding a cow. Coloured engraving by C. Manigaud after E Hamman. The Wellcome Collection제너 이후에 세월이 지나도록 백신과 관련한 과학의 발전은 별로 진전되지 못하였는데, 프랑스의 파스퇴르의 연구실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졌습니다. 닭의 콜레라를 연구하던 파스퇴르의 연구실에서 약화된 병원균이 면역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파스퇴르는 인류의 역사상 자신이 처음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줄 생각하였으나, 거의 80년 전에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것을 알고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백신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백신이라는 말의 어원인 라틴어 “vacca(와카라고 읽는다)”는 영어의 “cow”라는 말로, 파스퇴르는 닭의 질병에서 백신의 원리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다른 말을 쓸 수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살아있는 병원균 자체 혹은 약화 된 병원체를 적절히 사람에게 주입하였을 때 그 병을 앓지 않아도 그 병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우리는 수많은 질병을 이겨내게 된 것입니다.
포스트바이오틱스 전문기업 정가진면역연구소는 최근 연구개발을 통해 뿌리는 여성유산균팬톡을 리뉴얼한 '팬톡 프로바이오틱 페미닌 하이진 파우더(이하 팬톡 파우더)'를 출시했다고 1일 밝혔다.사진 = 정가진면역연구소[비즈월드] 포스트바이오틱스 전문기업 정가진면역연구소는 최근 연구개발을 통해뿌리는 여성유산균 팬톡을 리뉴얼한 '팬톡 프로바이오틱 페미닌 하이진 파우더(이하 팬톡 파우더)'를출시했다고 1일 밝혔다.이 제품은 Y존이나 속옷, 라이너 등에 직접 유산균을 분사해 사용할 수 있는 뿌리는 여성유산균 제품으로,여성 질염 예방 및 개선 기능성 조성물에 관한 특허 받은 유산균을 사용하고보이지 않는 Y존에 어느 각도에서도 유산균 파우더가 막힘없이 고르게 분사되도록 만들어진특허 분사장치를 적용하고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한국산후조리협회와 함께 하는 정가진면역연구소의 관계자는 "신체 및 환경 친화적인 뿌리는 여성유산균팬톡 파우더는 몸에 좋지 않은 화학첨가물 없이, 오직 건강한 한국 여성의 질에서 추출한 유산균인락토바실러스와 분사를 돕는 라이스 파우더만으로 제조됬으며, 여성분들의 건강한 Y존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가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이 업체는 뿌리는 여성유산균 팬톡 파우더의 출시를 기념해 이날 말까지 20% 할인과 유산균 제품추가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고 전했다.[비즈월드=이서윤 기자 / leesu@bizwnews.com]출처: http://www.bizw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11